시조 계석손(桂碩遜)은 명나라 천수(天水)사람으로 예부시랑(禮部侍郞)으로 있을 때, 洪武帝(明태조)의 명령을 받아 우리나라에 와 예학(禮學)을 전수한 뒤, 귀화하여 수안백(遂安伯)에 봉해짐으로써 후손들이 관향(貫鄕)을 삼았다.
'庚午譜'에 보면 계석손(桂碩遜)은 중국 계씨의 천수파(天水派)라 하였다.
<本貫地>
수안(遂安)은 황해도 북부에 위치한다. 본래 고구려의 장새현(璋塞縣)으로 신라 때에 서암군(栖岩郡)의 영현(領縣)이 되었다가 고려초에 수안(遂安)으로 고쳤다.
고려 현종 때에 곡주(谷州)에 속하였다가 충선왕 때에 원나라 조정의 폐관(嬖官) 이대순(李大順)의 청에 의하여 수주(遂州)로 승격되고, 조선 초에 수안군(遂安郡)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시조 계석손(桂碩遜)의 3형제 중 큰아들 계원우(桂元祐)는 선천(宣川)에, 그 뒤 4세손 중 지손인 계반(桂斑)은 강계(江界)에 세거지를 잡았고, 둘째아들 계원조(桂元祚)는 강화(江華)에, 셋째아들 계원제(桂元?)는 강동(江東)에 각기 터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런데 '癸丑譜'에 따라 이거 사실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밝혀진다.
4세손 계빈(桂斌)이 정원도호부사(定遠都護府使)에서 물러난 뒤 선천(宣川)으로 왔다고 적혀 있고 세거지로 선천이 된 뒤 10세손까지는 그곳에서 번성하였고, 정문파(旌門派)의 10세손인 계지문(桂之文)은 곽산(郭山)으로 옮겨갔다.
선천파(宣川派)는 24세손대까지 선천(宣川)에서 살았고, 정주파(定州派)는 14세손 계영호(桂影皓) 대에 와서 정주(定州)에 터를 잡아 확고한 자리를 굳혀 갔다. 17세손 계한장(桂漢章)이 곽산(郭山)에, 10세손 계평국(桂平國)은 대산(臺山)에 터를 잡아 대산파(臺山派)의 번연의 기틀을 세웠다.
봉산파(鳳山派)는 10세손 계회(桂檜) 때부터 자리를 잡았고, 강화파(강화파)는 11세손 계정립(桂挺立)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세거가 확실한 계대(繼代)는 16세손 계춘신(桂春信)부터다.
강동파(江東派)도 언제부터 세거지를 굳혔는지는 알 수 없지만 16세손 계일장(桂日章) 때인 것만은 확실하여 세를 잡아왔다.
계(桂)씨가 자산(慈山)으로 넓혀간 것은 16세손 계덕무(桂德茂)부터이고, 안주(安州)로 퍼져간 것은 19세손 계춘화(桂春華) 때다.
수안계씨(遂安桂氏)가 양주(楊州)에 세를 잡은 것은 20세손 계극수(桂極秀)부터이고 삭주(朔州)에 터를 잡기는 16세손 계덕룡(桂德龍)이다. 그 자손은 의주(義州)까지 퍼져갔다.
그리하여 1930년 현재의 분포상황을 보면 평북 선천군(宣川郡) 대산면(臺山面)·군산면(郡山面)·남면(南面)·신부면(新府面)·심천면(深川面), 정주군(定州郡) 남서면(南西面), 강계군(江界郡) 이서면(吏西面) 등에 모여 살고 있었다.
<氏族史>
'계씨중주동방분파고증(桂氏中州東方分派考證)'에 보면 "시조 계석손(桂碩遜)은 평양(平壤)에 와 태사(太師)가 되었다"고 하였고, '계씨족보(桂氏族譜)'에는 "명 홍무제(明 洪武帝)의 명을 받고 우리나라에 와서 예악(禮樂) 등 교화에 이바지 하였다"고 하였다.
아무튼 계(桂)씨가 중국에서 명망을 얻은 문족(文族)이었음은 이들 내용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수안계씨(遂安桂氏)가 우리나라에 들와 종적(宗籍)을 굳힌 뒤, 뛰어난 관환(官宦)을 지닌 인물은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계태형(桂泰衡) 같이 숙종조에 이름을 날린 학자나 고종조에 두각을 나타낸 계봉거(桂鳳擧) 같은 학자가 종중의 영예를 높여주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도, 계(桂)씨의 선대 이래의 전통에서 오는 현상인지도 모르겟다.
그리하여 효행으로 가문을 빛낸 계한명(桂漢明) 같은 이가 나온 것도 당연할 수 있겠다. 20세손 계창운(桂昌運)의 효도, 선천장파(宣川長派)의 18세손 계영렬(桂?烈), 군현파(群賢派)의 16세손 계항대(桂恒大), 산안파(山安派)의 16세손 계동형(桂東亨), 정문파(旌門派)의 19세손 계택규(桂宅奎), 원동파(院洞派)의 18세손 계덕지(桂德祉), 대목파(大睦派)의 17세손 계원길(桂元吉), 19세손 계영순(桂英淳), 봉곡파(鳳谷派)의 18세손 계도원(桂道元) 등이 다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수안계씨(遂安桂氏)의 두드러진 특성을 보면 주로 무과출신이 많고 또 병란을 만나 창의(倡義)로써 순절한 분들도 많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산안파(山安派)인 11세손 계사일(桂思逸)은 광해군 때 강홍립(姜弘立)장군을 따라 심하(深河)의 싸움에서 좌영장(左營將)으로 출전 분전하다가 순의(殉義)한 분이다.
그 아들 계숭로(桂崇老)는 항상 아버지의 전몰을 슬퍼하다가 정묘호란(丁卯胡亂)과 병자호란(丙子胡亂) 때 군중기무(軍中機務)로 용맹을 떨쳐 절충장군(折衝將軍)에 제수되었을 뿐 아니라 충의사(忠義祠)에 향사(享祀)된 분이다.
그 아들 계지교(桂之皎)는 인조의 남한산성 몽진 때의 공으로 호성원종공신(扈聖原從功臣)이 되어 3대에 걸쳐 훈공을 세우기도 했다.
전통시대의 가치기준에서 환력(宦歷)이 중요한 뜻을 지닌다면, 그 대표적인 인물이 봉곡파(鳳谷派)의 계덕해(桂德海)이다.
계덕해(桂德海)는 영조 때의 학자로 학행으로 천거되어 직장(直長)을 지내다 평안도 별시문과(別試文科)에 장원급제하여 전적(典籍) 예조좌랑(禮曹佐郞) 찰방(察訪) 등을 역임한 수안계씨(遂安桂氏)의 중심적인 분이라 할 수 있다.
나라가 개화된 뒤 이 나라 근대와 현대사에 큰 업적을 한 계(桂)씨는 많다. 항일투쟁으로,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계화(桂和)도 그중 한 분이다. 그는 재만독립군 서부군정서(在滿獨立軍 西部軍政署)에서 활약하였고, 청산리(靑山里) 싸움에도 참전한 투사였다.
